The Swimmers / 셀리 엘 호 세이니 감독 / 넷플릭스 / 2022.11
감동적인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다.
주인공은 시리아에 살고 있는 두 자매 언니 사라와 동생 유스르다. 수영 선수 출신 아버지 밑에서 어렸을 때부터 올림픽 선수를 목표로 수영을 해온 두 자매는 서로 많이 의지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시리아 내전이 일어난 후 나라는 망하기 일보직전으로 거리는 군인들이 점령했다.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 주변 친구들은 전쟁으로 하나둘 목숨을 잃거나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넘어간다. 독일에서 18세 이하의 난민은 가족을 부를 수 있는 가족 재상봉 제도를 시행한다는 말에, 사라는 유스르를 데리고 독일로 넘어갈 계획을 세우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심하다. 수영 대회가 열린 날 수영장이 기습 폭격을 받고 동생 유스르가 겨우 살아남자 아버지는 이들의 계획을 돕기로 한다.
두 자매는 사촌 니자르를 설득해 함께 유럽행 난민길에 오른다. 여자 둘보다는 남자 하나라도 더 있는게 든든했을 테다. 시리아에서 이스탄불로 비행기를 타고 넘어간 이들은 그리스까지 가기 위한 배편을 구한다. 아버지는 배를 타지 말라는 충고 했지만, 크게 선택지가 없었던 이들은 결국 브로커에게 거금을 주고 다른 난민들과 함께 시동도 잘 걸리지 않는 작은 고무보트에 오른다.
너무 많은 사람이 탄 고무 보트는 바다 한가운데서 물이 가득 차고 도중에 엔진이 꺼지는 절망적인 상황을 맞이한다. 아무리 물을 퍼내도 계속 차고, 고장 난 엔진 앞에서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패닉상태에 빠졌을 때, 언니 사라는 사람이 너무 많이 탄 탓이라며 보트 줄을 묶고는 바다에 뛰어든다. 이를 본 유스르도 언니를 따라 줄에 의지해 바다에 뛰어든다.
유스르는 칠흑 같은 어둠 아래 끝없는 바다를 헤엄치며, "너만의 레일을 찾아 경주하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계속 생각한다. 17세의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을 테지만, 바다 위 가상의 레일을 그리고 파도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간다. 찾아보니 두 자매는 실제로 3시간 반이 넘는 시간을 바다를 헤엄쳐 보트를 끌었다고 한다. 덕분에 같은 보트에 타고 있던 18명의 난민이 무사히 바다를 건너올 수 있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그리스의 어느 섬이었는데, 해안가에 이렇게 바다를 건너 온 난민들이 버리고 간 구명조끼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이 사건은 언니 사라에게 굉장히 감명 깊게 남았다. 언니 사라는 유스르처럼 수영을 잘하지 못해 수영에 관심을 끊고 일부러 막사는 듯 보이는 캐릭터였다. 나라가 망해가니 포기하고 즐기자는 주의의 사람처럼 보였던 사라가 난민들을 위해 먼저 바다에 뛰어들고,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나서는 멋진 모습을 보인다. 사라는 이때의 사건을 계기로, 난민을 도와주는 단체에 지원해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삶을 살게 된다.
겨우 살아서 바다를 건넜지만, 유럽까지 가기에는 까마득한 길이 남아있다.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걷고 또 걷고, 철조망의 국경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고, 거금을 준 브로커에게 사기도 당해가며 겨우겨우 독일 가까운 유럽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유스르는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하고 이를 발견한 사라가 유스르를 구하러 나서서 일단락됐지만 참고 참아왔던 유스르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결국 터지고야 만다. 사라에게 처음부터 오는 게 아니었고, 언니 때문에 자신이 이용당했다며 참아왔던 마음을 토해낸다. 의젓해서 그렇지 목숨을 담보로 한 혹독한 여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17세 소녀, 아니 나이와 성별과 상관없이 쉽지 않은 길이다.
다행히 사라, 유스르, 니자르는 독일이 보낸 난민 버스를 타고 베를린에 도착한다. 그러나 난민 캠프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에, 난민이 너무 많아 서류 통과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유스르가 18세가 넘으면 가족 재상봉 신청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소식까지 듣는다. 그러나 씩씩한 두 자매는 이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유스르는 올림픽 수영 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난민캠프에서도 체력 단련을 하다 근처 수영 클럽을 찾아가 당돌하게 자신의 실력이 좋으니 수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거의 너 내 코치가 돼라 수준인데 이거야말로 자신감과 자존감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아닐까.
유스르는 아버지의 당부때문에, 또 본인때문에도 수영 연습에 매진한다. 난민 신분이지만 조국 시리아를 대표해서 올림픽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지닌채. 그러나, 시리아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한 것도 잠시, 난민을 대표하는 선수로 출전할 기회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 유스르는 시리아의 대표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언니 사라는 시리아 대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버지의 꿈이었을 뿐이다. 수영 선수로서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유스르는 난민 대표단의 선수로 출전해 좋은 기록을 세운다.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겨낸 후 언니 사라와 함께 예전처럼 바닷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으로 영화는 막을 올린다.
유스르의 목표와 목적은 뚜렷했다. 나라가 전쟁으로 망해가도, 난민이 되어서도 수영 선수로 올림픽에 나가 좋은 기록을 내는 것. 언니 사라도 길을 잃었었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섰다. 나라가 망해도 개인의 삶은 지속된다. 삶의 목표와 목적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지만 스스로가 명확하게 알고 있다면 상황을 바꿀 수도 있게 된다.
영화를 본 후 난민에 대해 검색해 보고 조금 놀랐다. 타이타닉호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실종돼 온세계가 떠들썩했을 때, 그 며칠 전 600여 명이 사망한 그리스 난민선 침몰 사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난민들이 지옥으로 변한 고향을 떠나 목숨을 걸고 바다를 항해하고 국경을 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나왔던 자막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의 수는 3,000만 명이 넘고 그중 절반은 18세 미만이라고 한다. 살기 위해 삶을 담보로 걸어야 하는 사람들. 그들에게도 저마다의 목표와 목적이 있다. 그들에게도 난민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삶이 있다.
아직도 난 무기력증에 빠져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면서도 일을 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많은 이들이 당장 생존의 문제로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순간에 나는 있는 힘껏 현실을 외면하고 회피하고 있다. 내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대로 흘러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기 싫은 것들만 한가득이다. 해왔던 업계에서는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해왔던 일들 중에서도 더이상 하기 싫은 일은 타 업계에서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꼭 하고 싶은, 꼭 해야겠는 일은 딱히 없고 잘 모르겠다. 나도 삶의 목표와 목적을 정해서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현재의 상황도 바꿀 수 있을까.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 바비🩷 ㅣ we're barbie girl in the real world, we can do everything?! (0) | 2023.08.15 |
---|---|
[의식의 흐름대로 리뷰] 백만번 말할 걸 그랬어 ㅣ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0) | 2023.07.19 |
[의식의 흐름대로 리뷰] 파벨만스 ㅣ 스티븐 스필버그가 보여준 영화의 정석 (0) | 2023.06.30 |
[의식의 흐름대로 리뷰] 엘리멘탈 ㅣ 나를 규정하는 틀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기❤️🔥 (4) | 2023.06.26 |
[의식의 흐름대로 리뷰] 우연과 상상 ㅣ 우연이라는 상상력 (1) | 2023.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