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번 말할 걸 그랬어 / 2023.01-03 / 일본 TBS 드라마 /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생일날 사라진 연인이 영혼이 되어 나타났다.
유이(이노우에 마오)의 생일,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도 오지 않던 나오키(사토 타케루)가 집에 돌아왔지만 유이는 영혼이 된 그를 보지 못한다. 그날 이후로 사라진 나오키, 유이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러 가고 영혼이 되어 유이를 따라다니던 나오키는 영혼을 볼 수 있는 형사 유즈루(마츠야마 켄이치)를 마주친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
일본판 사랑과 영혼이다. 사건에 휘말려 죽은 남자 주인공이 영매를 통해 여자 친구와 소통하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간다. 적당한 긴장감을 쫄깃하게 이어가 단숨에 몰아본 드라마다. 그 과정에서 삶과 죽음, 진실한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각자의 사정으로 위탁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유이와 나오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된 둘은 우연히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진다. 위탁 가정에 올 만큼 의지할 가족이 없었던 이들은 연인이자 가족처럼 서로를 돌보며 많이 의지했다. 사건에 휘말린 나오키가 영혼으로 나타난 후 유이는 영혼인 나오키와 꾸준히 함께 할 생각이지만, 나오키는 인간이 아닌 영혼으로서 유이를 돌볼 수도 없고 곁에 있는 게 유이를 힘들게 한다는 생각에 빨리 성불하기를 바라고 있다.
나오키가 바로 성불하지 못한건, 사건에 유이도 연루될 수 있기 때문이었을 테다. 믿었던 지인에게 배신당해 목숨을 잃었는데 연인 옆에 그 범인이 남아있으니 죽어서도 영혼이 되어서라도 떠날 수 없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고 육체조차 없는 영혼이 곁에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저 옆에 있다는 사인을 보내 안도감을 줄 수 있는 정도. 살아 있는 연인이 죽은 자신을 변함없이 사랑하며 영혼이라도 함께 오래 곁에 있어달라고 해도 실재할 수 없는 그는 떠날 생각뿐이다.
살인범을 찾는 과정에서 유이가 위험에 처하지만 유즈루의 기지로 다행히 무사히 범인을 체포한다. 나오키 죽음의 이유와 과정을 알게 된 후, 범인까지 체포되자 나오키는 성불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유이는 들을 수 없는 말을 전하는 나오키를 보며 유즈루는 위험을 무릅쓰고 빙의를 시도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간 영혼은 결국 온전한 그 사람이 될 수 없다. 얼굴, 목소리, 체온, 체취 모든 게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마지막 말을 남기려 했지만 나오키는 말을 전하지 못하고 성불하게 된다.
며칠이 지나 갑자기 인간으로 나타난 나오키, 유이는 나오키와 마지막일지도 모를 시간을 함께 한다. 사이가 멀어진 부모님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동생을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유즈루에게 감사 인사도 전한 후 유이와 나오키는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바닷가를 찾는다. 바다를 바라보며 곁에 앉아 서로의 진심을 꺼내놓은 둘, 태양이 떠오르자 떠나야 하는 나오키는 유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사랑한다는 나오키의 말에 유이는 그만하라고 해도 나오키는 끝낼 줄 모른다.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기에.
백만 번 말할 걸 그랬어라는 말은 떠나간 사람, 남겨진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곁에 있을 때 진심이 전해지도록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미련으로 남는다. 극 중에서 하영(심은경)과 유이는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낸 슬픔을 공유하며 급격히 친해진다. 교통사고로 죽은 하영의 남편은 이미 성불을 마쳤기 때문에 영혼과도 얘기할 수 없다. 교통사고를 낸 상대방의 영혼이 찾아와 미안하다고 사죄하지만 하영은 그녀를 용서할 수 없다. 그녀의 미련은 사고를 낸 당사자가 아닌 떠난 남편에게 남아있다. 갑작스럽게 홀로 남겨진 하영은 아직 사랑을 끝맺지 못했다.
사람은 죽음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어도,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유이는 나오키가 떠나도 씩씩하게 혼자 바닷가를 걸어갈 수 있었다. 나오키와 마지막을 함께하며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고 그 사랑을 간직하며 살아갈 테니 말이다.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 오펜하이머 ㅣ 원자폭탄의 아버지라는 무게 ☢️ (2) | 2023.08.21 |
---|---|
[리뷰] 바비🩷 ㅣ we're barbie girl in the real world, we can do everything?! (0) | 2023.08.15 |
[넷플릭스 영화 리뷰] The swimmers 🏊ㅣ 난민에게도 그들의 삶이 있음을 (2) | 2023.07.14 |
[의식의 흐름대로 리뷰] 파벨만스 ㅣ 스티븐 스필버그가 보여준 영화의 정석 (0) | 2023.06.30 |
[의식의 흐름대로 리뷰] 엘리멘탈 ㅣ 나를 규정하는 틀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기❤️🔥 (4) | 2023.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