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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라스트 홀리데이 ㅣ 리뷰를 가장한 신세 한탄과 자기 반성 🫠

by mileyy 2023.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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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굴레에 갇혀 하루를 살아내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을 맘껏 해보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 영화. 뻔하디 뻔한 이런 류의 영화는 굉장히 많다.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일단 극의 배경이 되는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가 환상적으로 느껴질만큼 너무 아름답다. 영화를 볼 때 지명이랑 호텔 이름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실제로 있는 지명과 호텔이어서 놀라웠다. 심지어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촬영지라고.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할 정도로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 꼭 한 번쯤 가보고 싶다. 

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플렉스하는 주인공 조지아의 성격이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조지아는 백화점 식기 코너에서 일하면서 좋아하는 사람한테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열심히 요리한 음식은 옆집 아이에게 건네고 본인은 냉동식품으로 식사를 때웠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그녀에게는 더이상 주저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주위 눈치를 보거나 하고 싶은 말이나 일을 미루는 법이 없다. 회사를 관두고 자신의 로망을 담아두기만 했던 스크랩 북을 넘기다 존경하는 셰프의 음식을 먹기 위해 체코행 비행기를 예약한다. 이코노미 좌석에서 불편하게 앉아가다 앞에 앉은 진상남을 견디지 못하고 스튜어디스와 실랑이 중 불편하면 일등석을 끊으라는 무례한 스튜어디스의 말에 바로 일등석으로 바꿔버리는 모습은 통쾌하기 짝이 없다. 택시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헬기를 타고,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묶으며 먹고 싶은 음식을 맘껏 먹고,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맘껏 해본다. 

포스터에서처럼 칙칙하고 밋밋한 옷들을 입으며 자신을 가꿀 줄 몰랐던 조지아는 화려한 옷과 보석들로 치장하고, 스파를 즐기고, 스키를 타보고, 낙하산을 메고 떨어지는 베이스 점프에 도전하는 등 이전에 몰랐던 세상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런 거침없는 행동들 때문에 조지아를 갑부로 생각해 떠받드는 사람과 이를 고깝게 보는 주변인들이 등장하지만 조지아는 이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그 순간들을 즐기기 때문에 세상 쿨하다. 그런 모습에 영화를 보면서 조지아를 사랑하게 되고 응원하게 된다.

영화 말미 시한부 판정이 단순 기계 고장으로 인한 오진임이 밝혀지고, 자신이 좋아했던 숀이 먼 타국까지 찾아오게되면서 조지아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음식을 취미로 즐겨하던 조지아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내는 것이 꿈이었다며 고향으로 돌아와 숀과 함께 식당을 오픈하는 모습으로 결말을 맺는다. 

뻔하디 뻔한 코미디 영화지만, 유쾌하고 무해하다. 세상 당차게 플렉스 하는 조지아의 모습에 대리 만족했으며,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배경에 넋을 놓았고, 귀여운 빌런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무해한 주변인들 때문에 극적 긴장감 없이 편하고 즐겁게 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날 붙잡는 생각에 침울해지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너무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백수 생활 때문에 우울함에 빠져 시간을 축내고 있다.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흘려보내면 안되겠다고 생각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 이상 직업에 대한 꿈도 딱히 없고, 미치도록 몰입하는 취미도 없다. 어렸을 때는 하고 싶은게 많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딱히 꿈 없이 살고 있다. 20대에는 사회의 쓸모에 맞춰 말 그대로 등에 빨대 꽂힌 채 내 일상따윈 없이 일만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일에 대한 재미도 없이 그저 좀 더 좋은 환경, 상황이 되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다 대책 없이 퇴사를 한 후 이직을 하지 못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한데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건 내가 너무 그동안 딱히 뭘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결론이 됐다. 뭐라도 하다보면 지금이라도 다시 뭔가를 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일과 별개로 1년에 하나씩 뭔가를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 공포증이 있어서 수영 강습을 들었음에도 수영을 하지 못하는데 이걸 극복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렸을 때 이후로 타지 않았던 스키를 다시 타보거나 클라이밍에 도전해 봐도 좋겠다. 그리고 1년에 언어를 하나씩 공부해봐도 재밌을 듯하다. 우선 영어부터 좀 더 확실하게 하면 좋겠지만, 오래전부터 배워보고 싶었던 프랑스어도 좋겠지. 운동이나 공부가 아닌 뭔가 새로운 것들도 체험해 보면서 하고 싶은 걸 찾아가면 어떨까 싶다. 지금이라도 다시 내 꿈과 내 삶을 그려나가봐야겠다. 주저하는 시간이 아까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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