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아름다운 / 빈센트 워드 감독 / 1998.11
지옥에 떨어진 아내를 위해 천국보다 지옥을 택한 남자, 천국보다 아름다운 (그녀가 있는 곳).
98년도 영화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된 영화다. 천국과 지옥을 묘사한 방법, 영상미가 뛰어났고 상상력도 대단하다. 크리스(로빈 윌리암스)의 그림으로 구현된 물감 천국부터 유토피아 같은 딸 마리의 천국은 황홀하고, 지옥은 매드맥스 느낌, 비주얼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참 잘 만들어진 아름답고 뭉클한 영화다.
영화는 크리스가 죽고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천국에 간 크리스가 애니를 걱정하면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과거를 회상하면서 현재(천국)와 과거를 계속 번갈아 보여준다. 왜 두 부부가 그렇게 끈끈해졌는지, 왜 자식들이 다른 얼굴로 나타나야 했는지 인물 간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크리스와 애니는 아들, 딸을 놓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중 교통사고로 인해 두 자식을 잃게 된다. 이 충격으로 애니는 극도로 힘들어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똑같은 상실을 겪은 크리스는 애니마저 잃을 위기에 처하지만 꿋꿋이 곁을 지키며 보살피려 한다. 애니는 그런 크리스를 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 미치지 않고서야 버틸 수 없는 일을 겪었는데 왜 당신은 미치지 않는지, 내 옆에 없는지, 애니는 크리스에게 질문하고 크리스는 나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답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만 한다. 하지만 그리스도 힘에 겨워 애니를 포기하려 했을 때 애니가 다시 크리스를 잡기 위해 용기를 낸다.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부부, 그러나 머지않아 크리스는 터널 안의 사고를 목격하고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본인도 사고를 당해 죽게 되고 모든 가족을 잃은 애니는 살아 있어도 사는 게 아닌 삶을 살게 된다. 크리스는 죽은 후에도 이런 애니 곁을 떠나지 못하다가 자신 때문에 애니가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그만 현실을 받아들여 천국으로 가게 된다.
천국에 가서 먼저 떠나보낸 반려견도 만나고,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크리스를 도와주는 두 자식도 만나고 화해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점차 현실을 받아 들 일 때쯤 애니가 자살했다는 비보를 접한다. 크리스는 천국에서 같이 재회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살한 사람들은 지옥에 간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길 듣고 천국에 규칙이라는 게 없다면서 왜 그 규칙만 지켜져야 하는지 절규하고 화를 내며 직접 지옥에 가서 애니를 구해야겠다고 포기할 수 없다고 결심한다.
지옥에 있는 애니를 겨우 찾았지만, 크리스를 알아보지 못하고 슬픔에만 빠져있는 애니를 아무리 설득해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크리스는 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이 지옥에, 애니 곁에 남겠다고 결심한다. 애니가 끝까지 자신을 앓아보지 못하고 자신도 곧 애니를 잊겠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지옥에 혼자 남겨둘 수 없기에, 포기하지 않는다. 크리스가 천국을 포기하고 다시 애니 곁으로 와서 모든 걸 잃을 때쯤 애니가 그런 크리스를 보며 기억해 낸다. 정신병원에서 차도를 보이지 않던 애니를 크리스가 포기하고 이혼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애니가 다시 크리스의 손을 잡았던 것처럼.
그렇게 네 사람은 다시 천국에서 재회했고,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됐다. 마냥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그때 크리스는 애니에게 환생할 것을 제안한다. 이승에서 다시 만나 또 사랑하고 가정을 꾸리자고. 그렇게 환생한 그들이 어린아이가 되어 다시 만나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 앞에서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를 텐데 옳고 그름을 따질 순 없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한다면 그저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혼자두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순 있을 것 같다. 포기하는 순간 관계도 끝나버리니까. 애니처럼 모든 가족을 잃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애니의 선택을 단순히 자살로 삶을 마감한 사람으로만 봐야 할까. 어떻게 애니한테 그럼에도 꿋꿋이 살아가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그 슬픔의 크기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데 말이다. 물론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 죽는 게 능사는 아니다.
크리스가 죽고 앨버트가 얘기해 주는 장면도 생각해 볼 만했다. 뇌를 포함한 육체는 내가 아니라 일부일 뿐이다. 사람이 죽었을 때 이승에 남는 육체는 시간이 지나면 뼈를 제외한 나머지는 썩어 없어진다. 그럼 이후에 우리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사 후세계란게 있다면 말이다. 죽는 순간 육체와 같이 영혼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가정하엔 결국 생각만이 진짜일까.
사랑, 죽음, 인간의 의미 등 보면서 생각이 많아지지만 영화는 결국 사랑이라고 답하는 것 같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더라도 그 사람과의 추억을 안고 살아가게 해주는 힘도 결국 사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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