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리뷰] 더 퍼스트 슬램덩크 🏀 ㅣ 중요한 것은 꺾여도 하는 마음

by mileyy 2023. 4. 22.
728x90
반응형

더 퍼스트 슬램덩크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이노우에 다케히코 / 2023.01.04

초등학생 시절 열심히 봤던 슬램덩크의 새로운 극장판이 개봉했다. 개봉 직후부터 SNS에서 난리가 났다. 더빙으로 볼까 자막으로 볼까 고민하다가 더빙판으로 봤는데 나도 괜찮게 잘 봤고 같이 본 친구도 만족해했다.

기존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이 강백호였다면, 이번 극장판의 주인공은 송태섭. 가드인데 원 작품에서는 좀 가볍게만 느껴졌던 인물의 가볍지 않은 가정사, 성장 이야기를 다뤘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의지했던 형마저 사고로 이른 나이에 잃은 송태섭은 영재로 불릴 만큼 손꼽혔던 형의 그늘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농구를 이어나갔다. 결국 농구 선수로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농구 밖에 의지할 곳이 없었던 것도 있겠지만 형의 못다 이룬 꿈을 본인이 이어간 이유도 있지 않았을까,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다는 말이 이미 형을 잃은 송태섭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감히 상상해 본다. 형제 사이에는 나름의 애증의 관계가 있는데 살아 있는 형에게 많은 의지를 했던 만큼, 많이 배우기도 했을 테고 노력해서 어떻게든 한번 당당한 대결을 해보고도 싶었겠지만, 이미 그 대상이 없다면 그리운 마음과 못다 이룬 꿈을 이뤄주겠다는 마음, 부단히 노력해서 형의 명성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 엄청 복잡다단한 마음이었을 테다.

산왕전에 앞서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에서 형이 최강을 재패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던걸 기억하고 “형 말고 제가 죽었어야 했는데”라고 썼다가 버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사고로 가족을 잃은 남겨진 자의 슬픔은 감히 가늠할 수 없다. 송태섭은 극 중에서 두 번 가장 서럽게 우는데 처음은 형이 자신과의 농구 약속을 저버리고 친구들과 낚시하러 자신을 버리고 가버릴 때와 두 번째는 동굴 같은 곳에서 죽은 형의 유품을 발견하고 형의 말을 기억했을 때였다. 첫 울음 장면은 저렇게까지 서러울까 싶었는데 두 번째 장면은 그렇게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울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왔을 터다. 그렇기에 작은 키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연습하고 기술을 갈고 닦은 송태섭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국 최강자를 앞에 두고 힘들수록 강한 척하라는 형의 말을 가슴에 새기면서 자신보다 덩치나 키가 큰 상대 선수들을 뚫고 나가는 모습이 참 멋지게 다가온다.

개인적인 이야기 외에도 산왕공고와의 경기 자체도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월드컵 이후로 밈처럼 쓰이고 있는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을 영화 내내 보여주고 있다. 20점 차에서도 감독님은 포기하지 않았다며 “포기하는 순간 경기는 끝입니다”라고 일침 한다. 포기하면 끝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승산은 있다. 포기하는 것에도 용기는 필요하지만 어쩌면 포기는 가장 쉬운 선택이기도 하다. 부상을 당한 강백호가 아픈 와중에도 최선을 다하고 싶기에 감독님께 “감독님의 영광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전 지금입니다”라고 답하며 다시 경기에 뛰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테다. 강력한 적을 만나 눈앞에 보이는 20점 차를 두고도 이길 수 있다며 젖 먹던 힘을 다하는 선수들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강한 경쟁 상대를 만났기에 최선을 다해 이전의 자신을 뛰어넘었고, 개인이 아닌 팀으로 움직여야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음을 알았다. 분명 북산의 선수들은 그 경기를 통해 한층 발전했다.

내용 자체를 두고 보면 클리쉐 범벅인 스토리일 수 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오가는 연출은 꽤 좋았지만 센세이션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조금 아쉽긴 하다. 하지만 그 시절 우리가 즐겨봤던 슬램덩크가 그 모습 그대로 재현되고 아직도 보면서 열광할 수 있다는 것, 나이 들어서도 그때의 감정을 간직하고 있기에 더욱 의미 있다고 여겨진다. 물론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의 힘이자 하나같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가슴 뛰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원 콘텐츠의 힘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으로 사랑받을 것 같다. 

728x90
반응형